F. 스콧 피츠제럴드



위대한 개츠비




황금 모자를 쓰려무나,  그래서 그녀의 마음을 움직일 수만 있다면.

높이 뛰어오를 수 있거들랑 그녀를 위해 높이 뛰어오르려무나.

그녀가 이렇게 외칠 떄까지  "사랑하는 이여,

황금 모자 쓰고 높이 뛰어오르는 사랑하는 이여,

당신을 차지해야겠어요!"

-토마스 파크 딘빌리어스




"남을 비판하고 싶을 때면 언제나 이 점을 명심하여라."

아버지는 이렇게 말씁하셨다.  " 이 세상 사람이 다 너처럼 유리한 입장에 놓여 있지 않다는 걸 말이다."



인생이란 결국 단 하나의 창으로 바라볼 때 훨씬 더 성공적으로 볼 수 있게 마련이다. 이것은 한낱 격언에 불과한 말은 아니다



그는 사려 깊은 미소를 지었다.  아니,  사려 이상을 담은 미소를 지었다.  영원히   변치 않을 듯한 확신을 내비치는 평생 가도 네댓 번 밖에는 만날 수 없는 미소였다.  잠시 동안 영원한 세계를 대면한  또는 대면한 듯한  미소였고,  또한 당신을 좋아할 수밖에 없으며 당신에게 온 정신을 쏟겠다고 맹세하는 듯한 미소였다.  당신이 이해받고 싶은 만큼 당신을 이해하고 있고,  당신이 스스로를 믿는 만큼 당신을 믿고 있으며,  당신이 전달하고 싶어 하는 최대한 호의적인 인상을 분명히 전달받았다고 말해 주는 미소였다



지능이나 인종의 차이는 아픈 사람과 건강한 사람의 차이에 비하면 너무나 미미하다는 생각이 문득 머릿속을 스쳐갔다.



단순한 마음이 심란해질 때처럼 혼란스러운 것도 없는 법이다.




서른 살  고독 속의 십 년을 약속하는 나이. 독신자 수가 점점 줄어드는 나이.  야심이라는 서류 가방도 점점 얄팍해지는 나이. 머리카락도 점점 줄어드는 나이다.



"그 인간들은 썩어빠진 족속이오."  나는 잔디밭 너머로 소리쳤다.  "당신 한 사람이 그들을 모두 합쳐놓은 것만큼 이나 훌륭합니다."



이 무렵의 미국은 말하자면  '현대판 바빌로'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물질적 풍요와 안락함이 충만한  톰의 저택이나 개츠비의 파티처럼 겉으로는 우아하고 고상하며 화려하지만 한 꺼풀만 벗겨놓고 보면 탐욕과 이기와 정신적 공허감이 도사리고 있었다.

이 무렵만큼 도덕적 재무장이 절실히 요구되던 때도 일찍이 없었던 것이다.



고대 그리스의 한 철인은 인간은 두 번 다시 같은 강물에 발을 담글 수 없다고 말하였지만 개츠비는 가튼 강물에 두 번 발을 담그려고 한다. 데이지가 톰과 함께 개츠비의 파티에 참석한 날 밤 개츠비는 닉에게 바퀴를 오 년 전의 과거로 다시 돌려놓을 것이라고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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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쓰메 소세키 문학동네



인격이 일으키는 그 사람에 대한 혐오감도 떨쳐낼 수 가 없었다.

서로 상반된 감정 사이에서 난처해진 겐조는 잠시 동안 입을 열지

못했다.


과거의 감옥생활 위에 현재의 자신을 쌓아올린 그는 반드시 현재의 

자신 위에 미래의 자신을 쌓아올려야 했다.그것이 겐조의 인생관이

었다. 그의 입장에서 보면 올바른 생각임에 틀림없었다. 하지만 그

인생관에 따라 앞으로 나아간다는 사실이 지금의 그에게는 헛되이 

늙어간다는 것 외에 다른 어떤 결과도 가져다주지 않을 듯했다.

 "아무리 열심히 학문을 배우고 죽는다 한들 인간은 결국 하찮은 존

재야."

겐조는 지금의 자신이 결혼할 때의 자신과 아내 눈에 얼마나 다르게 

비칠지 생각하며 걸었다. 아내는 아이를 낳을 때마다 늙어갔다. 머리

카락이 한 움큼씩 빠질 때도 있었다. 그리고 지금은 벌써 세번째 아

이를 임신 중이었다.


'떨어져 있으면 아무리 친한 사이라도 멀어지지만, 함께 있으면 설

령 원수지간이라 하더라도 그럭저럭 살아가게 되지. 결국 그것이 인

간이니까.'


완고한 마음 한구석에는 약하고 미적지근한 어떤것이 늘 붙어 다녔다.



한 가지 일은 만 가지에 통하는 법이다.이자가 이자를 낳고 새끼가 새

끼를 치듯이 두 사람은 날이 갈수록 멀어졌다. 어쩔 수 없이 저지르는

죄와 일부러 저지르는 죄에 큰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는 겐조는 질이

좋지 않은 방법에 능통한 장인을 미워했다.


 '너는 결국 무엇을 하러 이 세상에 태어났는가?'

 그의 머릿속 어딘가에서 누군가 이런 질문을 던졌다. 겐조는 질문에

대답하고 싶지 않았다. 가능한 한 대답을 회피하려고 했다. 그러자 목

소리는 더욱 겐조를 추궁했다. 몇 번이고 똑같은 질문을 되풀이했다.

겐조는 끝내 울부짖었다.

 "모르겠어."

목소리가 갑지가 코웃음을 쳤다.

 '모르는 게 아니지.알아도 그곳에 도달할 수 없는 거겠지.도중에 멈춰

있는 거겠지."



'나는 과연 앞으로 어떻게 될까?'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최은영 문학동네

         


할아버지는 더이상 우편함을 확인하지도 않았다. 우리는 그날

이후로 쇼코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작은 집에서 인형처럼 붙박여 있던 쇼코의 모습이 유령처럼 언

뜻언뜻 눈앞을 스쳤다. 물리치료사가 되었겠지. 그리고 돈을 벌기 시

작했을 테고, 당시의 나는 쇼코가 넘 쉬운 결정을 내렸다고 생각했

다. 스물세 살에 벌써 직업을 정하고 태어난 소읍에서 떠나지 못한다

는 건 형편없는 선택이라고,

 그때만 해도 나는 내가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삶을 살 수 있으리라

고 생각했다. 나는 비겁하게도 현실에 안주하려는 사람들을 마음속으

로 비웃었다. 그런 이상한 오만으로 지금의 나는 아무것도 아니게 되

어버렸지만, 그때는 나의 삶이 속물적이고 답답한 쇼코의 삶과는 전

혀 다른, 자유롭고 하루하루가 생생한 삶이 되리라고 믿었던 것 같다.




내가 머무는 세계의 한계를 부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현실

은 정반대였다. 늘 돈에 쫓겼고, 학원 일과 과외 자리를 잡기위해서

애를 썼으며 돈 문제에 지나치게 예민해졌다.

영감은 고갈 되었고 매일매일 괴물 같은 

자의식만 몸집을 키웠다.

 그래서 꿈은 죄였다. 아니, 그건 꿈도 아니었다.



  한지는 아픈 동물들을 치료했던 일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조금의

가망도 없어 보이던 동물이 살아나기도 하고, 쉽게 치료할 수 있을 거

라 믿었던 동물의 상태가 갑자기 악화되어 죽기도 한다고 했다. 그럴 

때마다 살릴 수 있는 동물을 죽인 건 아닌가 하는 자책감을 느꼈고

지금도 그렇기는 하지만 최선을 다할 뿐, 그 최선이 항상 좋은 결과를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배워나가는 중이라고 했다.




  "기억은 재능이야, 넌 그런 재능을 타고났어."

  할머니는 어린 내게게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그건 고통스러운 일이란다. 그러니 너 자신을 조금이라도

무디게 해라. 행복한 기억이라면 더더욱 조심하렴, 행복한 기억은 보

물처럼 보이지만 타오르는 숯과 같아.두 손에 쥐고 있으면 너만 다치

니 털어버려라. 얘야, 그건 선물이 아니야."

   하지만 나는 기억한다.

   불교 신자였던 할머니는 사람이 현생에 대한 기억 때문에 윤회한다

고 했다. 마음이 기억에 붙어버리면 떼어낼 방법이 없어 몇번이고 다

시 태어나는 법이라고 했다. 그러니 사랑하는 사람이 죽거나 떠나도

너무 마음 아파하지 말라고, 애도는 충분히 하되 그 슬픔에 잡아먹혀

버리지 말라고 했다. 안 그러면 자꾸만 다시 세상에 태어나게 될 거라

고 했다. 나는 마지막 그말이 무서웠다.

   시간은 지나고 사람들은 떠나고 우리는 다시 혼자가 된다.

   그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기억은 현재를 부식시키고 마음을 지

치게 해 우리를 늙고  병들게 한다.




그가 하는 일들이 돈이 되지 않는다고 해서 그를 무능하고 가

치 없는 사람이라고 단죄할 수는 없었다.

 세상에는 여러 사람이 필요하다고 여자는 생각했다.헤어롤을 마는

사람도 필요하지만, 그와 같은 사람도 필요하다. 돈을 벌어 가족을 부

양하는 남편이 있는가 하면 집안일을 하며 아이를 돌보는 남편도 있다.

여자는 세상을 살며 그처럼 다정하고 섬세한 사람을 본 적이 없었

다. 깨끗한 샘물 같은 그에게 더러운 욕탕이 되라고는 할 수 없는 일

이었다. 그가 세상에 소용없는 사람처러 보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자는 세상의 그 많은 소용 있는 사람들이 행한 일들 모두가 진실로

세상에 소용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여자는 부모와 남편의 죽음을 겪으며 자신의 일부가 죽어버리는 경

험을 했다. 마음속에서 죽어 없어진 그 부분은 죽은 사람들과 함께 세

상에서 사라져버렸다. 한동안은 제대로 숨을 쉴 수도, 잠을 잘 수도,

먹을 수도 없었다.  뜬눈으로 밤을 새우고 오래도록 울고 나니 그들이

없는 삶과 그들이 여자에게 남겨놓고 간 세상이 남았다. 그 모든 것들

이 여자에게는 소중했다. 여자는 여자 안에 여전히 살아 있는 그들에

게 보다 좋은 세상을 보여주고 싶었고, 전보다 나아진 자신을 보여주

고 싶었다. 슬픔으로 깨끗해진 마음에 곱고 아름다운 것들만 비춰 보

여주고 싶었다.


온전한 나로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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