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펠로 민음사
가을
참으로 영광스러이 이 해가 오고 또 가는구나!
맑은 하늘과 구름 없는 날들의 그 아름다운 전조를,
봄의 새싹들은 삶의 새로움을 즐기고
지상의 장식은 번져 나간다.
그리고 은빛 구름옷이 가을 태양
위로 내려오고, 엄숙한 기쁨 더불어
묵은 해가 빛나는 유산
황금색 과일들을 거둘 때
화려 우미 충만한 찬란한 풍경.
우거진 수풀의 달콤한 풍요를
이제 들이마시는 아름다운 정기
그 정기는 갖가지 색깔로 가득 찬 유리잔을 기울여
가을 숲에 새로운 영광을 붓고
기둥구름을 따뜻한 햇빛에 적신다.
산 위의 아침은 여름새처럼
자줏빛 날개를 들어올리고 골짜기에서는
달고 뜨거운 구혼자 부드러운 바람이
얼굴 붉힌 이파리에 입맞추고
진한 선홍색의 물푸레나무와 은빛 너도밤나무, 잎노란 단풍나무로 들어 찬
조용한 숲에 생명을 불어넣는다, 가을이
피로한 늙은이처럼 지친 길가에
앉아 있는 그곳에서, 나무 틈새로
황금빛 로빈새가 움직인다. 자줏빛 참새,
들딸기와 붉은 삼나무에서 자라는 겨울새가
애처로이 휘파람 불며 와서
개암나무를 쪼아대고 농가 지붕에서
지저귀는 파랑새의 높은 노랫소리,
그리고 때로는 유쾌히 반복하는 손놀림으로
타작마당에서 들려오는 부지런한 도리깨질 소리.
오, 이 세계가
뜨거운 가슴으로 밝고 영광스런
하늘로 걸어나와 맡은 일을 잘 수행하고
나날을 잘 지내는자에게 주는 참된 영광이여!
그에게는 바람이, 그렇다, 그리고 노란 잎들이
소리를 내어 그에게 유창한 가르침을 준다.
그는 들으리니 죽음이 모두에게
들려준 엄숙한 송가를, 그리하여
눈물 없이 그의 긴 안식처로 가리로니.
마을 대장장이
우거진 호두나무 아래
마을 대장간이 서 있다.
대장장이 그는 장사,
넓적하고 억센 손에
고동색 그의 팔뚝근육은
쇠띠처럼 힘세다.
곱슬거리는 머리칼은 검고 길고
그의 얼굴은 참나무 껍질 같다.
이마는 정직한 땀으로 젖어 있다.
그는 할 수 있는 모든 일로 돈을 벌고
온 세상에 대해 늠름하다,
아무에게도 그가 빚지지 않았기 때문에
지난 주에서 이번 주, 아침부터 저녁까지
그의 풀무질 소리가 들려온다.
무거운 망치를 흔들며
알맞게 천천히 때리는 소리 들려온다.
저녁 해가 나지막이 떨어질 때
마을 종을 울리는 종지기처럼.
그리고 학교에서 돌아오는 아이들이
열린 문으로 들여다본다.
아이들은 좋아한다, 뻘건 화로 구경을,
풀무가 퍽퍽거리는 소리 듣기를,
타작 마당에 튀는 왕겨처럼
날아가는 불꽃잡기를.
그는 주일에 교회에 가서
자기 아들들과 함께 앉는다.
그는 목사님의 기도와 설교를 듣고
마을 합창단에 끼여 노래 부르는
자기 딸 목소리를 듣는다.
그것이 그의 가슴을 즐겁게 한다.
그것이 그에게 천국에서 노래 부르는
딸애의 엄마 목소리처럼 들린다.
그는 그녀를 다시 한번 생각해야 한다.
무덤 속에서 어떻게 지내는지,
단단하고 거친 손으로
눈에서 눈물을 닦는다.
고역-기쁨-슬픔
그는 이렇게 삶을 보낸다.
아침마다 어떤 일이 시작되고
저녁마다 그 일이 끝난다.
시도된 일들, 해치운 일들이
밤의 휴식을 벌어준다.
고맙고 고마워라 내 값비싼 친구여
그대가 가르치는 교훈이!
그리하여 인생의 불타는 풀무에서
우리의 행운이 이루어져야 하고
그리하여 그 울림소리로
불타는 행동과 사고가 모두 형성되거늘.
햇빛과 달빛
환한 햇빛 속 그리고 정오에
어제 나는 달을 보았네.
높이 떠서 그러나 흐릿하고 하얀,
어린아이의 종이연 같은.
환한 햇빛 속 어제,
나는 한 시인의 신비한 시를 읽었네.
그리고 그 시는 내 가장 깊은 곳에
환상처럼 혹은 유령처럼 보였다.
그러나 마침내 그 열병스런 날은
정열처럼 사라졌고
청명하고 조용한 밤이
마을과 골짜기 언덕에 내려왔네.
그때 달이 한껏 자랑스러이
영광스런 영혼처럼
밤을 가득 채우고 넘쳐흘렀네,
빛의 계시를 안고.
그리고 시인의 노래가 다시
음악처럼 내 머리를 꿰뚫었고
밤이 그 모든 은총과 신비를
내게 풀어주었네.
하지 않고 남겨둔 일
우리가 아무리 열심히 일하려 해도
아직 하지 않은 일이 남아 있다.
완성되지 않은 일이 여전히
해뜨기를 기다리고 있다.
침대 옆에, 층계에,
현관에, 문가에
위협으로 기도로
탁발승처럼 기다린다.
기다리며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기다리며 결코 거절하지 않는다.
어제의 돌보아줌 때문에
나날의 오늘이 더 힘들다.
마침내 그 짐이 우리 힘이
감당하기보다 더 클 때까지
꿈의 무게만큼 무거워 보일 때까지
곳곳에서 우리를 내리누른다.
그리고 우리는 하루하루를 버틴다.
북방의 전설이 말하는 것처럼
어깨에 하늘을 인
옛날의 난쟁이처럼.
신생
나는 곶 언덕위에 누워
내 아래 동굴에서
끊임없는 바다의 흐느낌을 듣는다.
그리고 자수정빛으로 움직이는 풀밭이
안개로 녹아나기까지
치받았다 도망치며 반짝이는 물결을 본다.
그때 갑자기, 잠 깬 자처럼 나는 일어났다.
내 둘레 둥그렇게, 햇빛받는 모든 곶들이
지난날 내가 알던 사람들의
얼굴로 가득 차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들은 꿈 속에 보인 얼굴을 빛나게 만든
아름다움으로 장식하고 있었다.
그것은 오직 한 순간이었다, 빛과 영광은
사라졌고 서글픈 해변이
전처럼 외로이 펼쳐 있었다.
그리고 내 주위 돌출부의
들장미가 바람에 움츠리고
빛 바랜 붉은 꽃잎을 떨어뜨렸다.
옛 믿음에 따르면 모든 물건의
등걸불 속에 태초의 형상이 존재한다.
그리고 노련한 연금술사는
모든 걸 갖춘 장미를 다시 만들 수 있었다.
그 장미가 타버린 재로부터, 그러나
꽃도 없이, 날아가버린 향기도 없이.
아아 내게! 어떤 기이한 역사, 불가사의한 과학이
내 가슴속의 재로부터 다시 한번
젊음의 장미를 부활시킬 수 있는가?
어떤 연금술이 시간과 변화를
거부하고 단 한 시간 내에
이 환영의 꽃을 소생시킬 수 있는가?
"오, 내게 되돌려다오" 나는 외친다,
"사라진 광휘를, 아침의 숨결을, 환희의 싸움을,
인생의 급한 물결이
바위골짜기를 넘어
미지의 심연으로 달려
그 모든 백합을 든 채 못 속으로 뛰어들 때"
그러자 바다는 비탄에 잠겨
서러운 늙은 예언자처럼 대답하여 말한다.
"슬프다! 그대의 젊은은 죽었다!
그것은 이제 숨쉬지 않고 그 가슴엔 맥박이 없다.
늙음의 시체가 묻힌 어두운 곳에
그것은 차갑게 영원히 누워 있다!"
그러자 내가 말했다. "거룩한 수의로부터
나는 오직 내게 고통만 주는
이 성스런 재를 다시 꺼내지 않겠다.
그러나 읽어버린 모든 사랑을 여전히 기억하며
내 길을 가리라, 더 이상상 돌아서 울지 않고
앞을 바로보는 자처럼"
수확의 땅으로, 가을 빛이 빛나며
일몰의 빛이 낮게 불타는
들판으로,
한밤의 하늘 아래로,
별들이 이 세상과 보이지 않는 세상
사이의 광활한 길을 비추는!
따뜻한 인사와 어루만짐 가운데로,
낯설지 않지만 아직 내 것이 아닌 가정일로,
거룩한 휴식의 정자로,
외로운 광야의 유혹으로
가슴의 굶주림, 고통과 상실,
십자가지기로!
나는 모른다, 공연히 묻지도 않으리라
그 신비한 책에 아직 말하지 않은
이야기가 무엇인가를,
그러나 성급히 짐작이나 추측하지 않고
존경과 선량한 조심성으로 마지막 장을 넘기리라,
"끝" 하고 일기까지.
변모
마을의 변두리
낡은 이정표가 서 있는 곳에서
이제 이방인이 되어 내려다본다.
나는 어둡고 낯익은 숲의
그림자진 꼭대기를 바라본다.
숲이 변했는가, 내가 변했는가?
아아, 참나무는 싱싱하게 푸르다.
그러나 덤불 속을 헤매며
나와 어울리던 친구들은
사이에 낀 세월로 낯설어졌다.
바다는 다름없이 밝게 흐르고
해는 다름없이 밝게 빛난다.
그러나 오오! 그들은 내게
전 날과 같은 해가 아니어라,
전 날처럼 흐르는 물결이 아니어라.
그대의 침묵은 길 가는
여행자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
"여행자여, 도회의 열기로부터
급히 빠져나와 걸음을 멈추라!
잠시 쉬어, 지각없는 성급함으로
인생을 더 이상 낭비하지 말라!
낮은 폭포로 요란하게 흐르는
냇물처럼 되지 말라.
오직 조용한 자제로
영혼과 영혼을 함께 이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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