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림의 소리 내어 읽고 싶은 우리시 다산책방
강강술래 이동주
여울에 몰린 은어떼
삐비꽃 손들이 둘레를 짜면
달무리가 비잉빙 돈다.
가아응 가아응 수우워얼 레에
목을 빼면 설움이 솟고.....,
백장미 밭에
공장이 취했다.
뛰자 뛰자 뛰어나 보자
강강술래.
뇌누리에 테프가 감긴다.
열두 발 상모가 마구 돈다.
달빛이 배이면 술보다 독한 것.
기폭이 찢어진다.
갈대가 쓰러진다.
강강술래.
강강술래.
노숙 김사인
헌 신문지 같은 옷가지들 벗기고
눅눅한 요 위에 너를 날것으로 뉘고 내려다본다
생기 잃고 옹이진 손과 발이며
가는 팔다리 갈비뼈 자리들이 지쳐 보이는구나
미안하다
너를 부려 먹이를 얻고
여자를 안아 집을 이루었으나
남은 것은 진땀과 악몽의 길뿐이다
또다시 낯선 땅 후미진 구석에
순한 너를 뉘였으니
어찌하랴
좋은 날도 아주 없지는 않았다만
네 노고의 헐한 삯마저 치를 길 아득하다
차라리 이대로 너를 재워둔 채
가만히 떠날까도 싶어 묻는다
어떤가 몸이여
화자는 지하도에 누워 있는 노숙자에게서 문득 자신을 발견
한다. 무언가 이루려 발버둥쳤지만 끝내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
고 만 자신을. 깊은 회한이 묻어나는 시지만 무척 아름답다. 언
어의 조탁이라는 면에 있어서도 이시는 전범이 될 만하다.
우리말을 이만큼 깔끔하고 세련되게 활용한 경우를 보기란 그
리 쉬운 일이 아니다.
한강 이재무
강물은 이제 범람을 모른다
좌절한 좌파처럼 추억의 한때를 가지고 있을 뿐이다
그는 크게 울지 않는다
내면 다스리는 자제력 갖게 된 이후
그의 표정은 늘 한결같다
그의 성난 울음 여러번 세상 크게 들었다
놓은 적 있다 그러나 그것은 이미 약발 떨어진 신화
그의 분노 이제 더 이상 저 두껍고 높은
시멘트 둑 넘지 못할 것이다
그는 오늘 권태의 얼굴을 하고 높낮이 없어
저렇듯 고요한 평상심, 일정한 보폭 옮기고 있다
누구도 그에게서 지혜를 읽지 않는다
손, 발톱 짜지고 부숭부숭 부은 얼굴
신음만 깊어가는, 우리에 갇힌 짐승 마주 대하며
늦은 밤 강변에 나온 불면의 사내
연민, 회한도 없이 가래 뱉고 침을 뱉는다
생활은 거듭 정직한 자를 울린다
어제의 광영 몇 줄 장식적 수사로 남아 있을 뿐
누구의 가슴 뛰게 하지 못한다 그 어떤 징후,
예감도 없이 강물은 흐르고 꿈도 없이 우리는 나이를 먹는다
찬란한 야경 품에 안은 강물은
저를 감추지 못하고
다만, 제도의 모범생 되어 순응의 시간을 흐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