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사





교훈



마음대로 되는 일이 별로 없는 세상이기에

참는 버릇을 길러야 한다고 타이르기도 하였다

이유 없는 투정을 누구에게 부려 보겠느냐

성미가 좀 나빠도 내버려 두기로 한다



無題



설움이 구름같이

피어날 때면

높은 하늘 파란 빛

쳐다봅니다


물결같이 심사가

일어날 때면

넓은 바다 푸른 물

바라봅니다



연정



따스한 차 한 잔에

토스트 한 조각만 못한 것


포근하고 아늑한

장갑 한 짝만 못한 것


잠깐 들렀던 도시와 같이

어쩌다 생각나는 것



친구를 잃고



生과  死는

구슬같이 굴러간다고


꽃잎이 흙이 되고

흙에서 꽃이 핀다고


영혼은 나래를 펴고

하늘로 올라간다고도


그 눈빛 그 웃음소리는

어디서 어디서 찾을 것인가



전해 들은 이야기



잔주름져가는 눈매를

그녀가 그렇게 슬퍼하는 것은

이제는 사람들의 눈을  기쁘게 하지 못한다는 그런 사위움도 아니오

중년부인이란 말이 서운하여서도 아니다

그녀를 그렇게 슬프게 하는 것은

세월도 어찌하지 못하는,  언제나 젊은 한 여인이 남편의 

가슴 어딘가에 숨어 있다는 사실이다



이 순간



이 순간 내가

별들을 쳐다본다는 것은

그 얼마나 화려한 사실인가


오래지 않아

내 귀가 흙이 된다 하더라도

이 순간 내가

제 9교향곡을 듣는다는 것은은

그 얼마나 찬란한 사실인가


그들이 나를 잊고

내 기억 속에서 그들이 없어진다 하더라도

이 순간 내가

친구들과 웃고 이야기한다는 것은

그 얼마나 즐거운 사실인가


두뇌가 기능을 멈추고

내 손이 썩어가는 때가 오더라도

이 순간 내가

마음 내키는 대로 글을 쓰고 있다는 것은

허무도 어찌하지 못할 사실이다




이 봄



봄이 오면 칠순

고목에 새순이 나오는 것을

들여다보고 또 들여다본다


연못에 배 띄우는 아이같이

첫나들이 나온 새댁같이

이 봄 그렇게 살으리라




만남




그림 엽서 모으며

살아왔느니


쇼팽 들으며

살아왔느니


겨울 기다리며

책 읽으며-

고독을 길들이며

살아온 나


너를 만났다

아 너를 만났다.




고백



정열

투쟁

클라이맥스

그런 말들이

멀어져 가고


풍경화

아베 마리아

스피노자

이런 말들이 가까이 오다


해탈 기다려지는 

어느 날 오후

걸어가는 젊은 몸매를

바라다본다



기억만이




햇빛에 이슬 같은

무지개 같은

그 순간 있었느니


비바람 같은 파도 같은 그 순간 있었느니

구름 비치는

호수 같은 그런 순간도 있었느니


기억만이

아련한 기억만이

내리는 눈 같은 안개 같은







눈보라 헤치며

날아와


눈 쌓이는 가지에

나래를 털고


그저 얼마동안 앉아 있다가


깃털 하나

아니 떨구고


아득한 눈 속으로 

사라져 가는 

너 







'BOOK' 카테고리의 다른 글

쪼금은 보랏빛으로 물들 때  (0) 2018.06.18
순간의 꽃 고은 작은시편  (0) 2018.06.16
흔들리며 피는 꽃  (0) 2018.06.14
외로운 식량  (0) 2018.06.14
내 인생의 첫 떨림 처음처럼  (0) 2018.06.12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