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강 가에서




강바닥 모래알 스스로 도는

진주 남강 물 맑은 물같이는,

새로 생긴 혼이랴 반짝어리는

진주 남강 물빛 밝은 물같이는,

사람은 애초부터 다 그렇게 흐를 수 없다.


강물에 마음 홀린 사람 두엇

햇빛 속에 이따금 머물 줄 아는 것만이라도

사람의 흐르는 세월은 

다 흐린 것 아니다,  다 흐린 것 아니다.


그런 것을 재미삼아 횟거리나 얼마 장만해 놓고

강물 보는 사람이나 맞이하는 심사로

막판엔 강가에 술집 차릴 만한 세상이긴 한 것을

가을날 진주 남강 가에서 한정 없이 한정 없이 느껴워 한다.




과일가게 앞에서



사랑하는 사람아,

네 맑은 눈

고운 볼을

나는 오래 볼 수가 없다.

한정 없이 말을 자꾸 걸어오는

그 수다를 당할 수가 없다.

나이 들면 부끄러운 것,

네 살냄새에 홀려

살연애나 생각하는

그 죄를 그대로 지고 갈 수가 없다.

저 수박덩이처럼 그냥은

둥글 도리가 없고

저 참외처럼 그냥은

달콤할 도리가 없는, 

이 복잡하고도 아픈 짐을

사랑하는 사람아

나는 여기 부려놓고 갈까 한다.




정릉 살면서




솔잎 사이사이

아주  빗질이 잘 된 바람이

내 뇌혈관에 새로 닿아 와서는

그 동안 허술했던

목숨의 운영을 잘해 보라 일러주고 있고.....


살 끝에는 온통

금싸라기 햇빛이

내 잘못 살아온 서른여섯 해를

덮어서 쓰다듬어 주고 있고.....


그뿐인가,

시름으로 고인

내 肝臟안 웅덩이를

세월의 동생 실개천이

말갛게 씻어주며 흐르고 있고.....


친구여,

사람들이 돌아보지도 않는

이 눈물 나게 넘치는 자산을

혼자 아껴서 곱게 가지리로다.




한 명창의 노래에서




소나무 잔가지에 어리는 바람

그 소슬한 음처럼 임이여

나도 그대에게 그렇게 닿아가고 싶다.


그러나 이는

여든살 로도 안되는 꿈

아,  그래서

살이 묻은 피가 묻은

내 재산 이목소리

갈아오던 肝臟

송두리째 찢어서 뽑아서

몸부림으로 바쳐 노래하노니.




천년의 바람



천년 전에 하던 장난을

바람은 아직도 하고 있다.

소나무 가지에 쉴 새 없이 와서는

간지러움을 주고 있는 걸 보아라

아,  보아라 보아라

아직도 천 년 전의 되풀이다.


그러므로 지치지 말 일이다.

사람아 사람아

이상한 것에까지 눈을 돌리고

탐을 내는 사람아.




신 아리랑



바다 두고 산을 두고

사랑이여,  너를 버릴 수는 없을지니라.


백 리 바깥을 보는

네 산처럼 아득한 눈을 어찌하고,


내 잘못을 거울처럼 받아 비추는

물 같은 이마를 어찌하고,


복사꽃 피는 앵두꽃 피는

정다운 동네어귀 입술을 어찌하고,


우거진 숲이여

네 시원한 머리카락을 어찌하고.


아,  어찌하고 어찌하고

고향의 능선 젖가슴을 어찌하고,


바다 있기에 산이 있기에

사랑이여,  너를 버릴 수는 없을지니라.




사람이 사는 길 밑에




겨울 바다를 가며

물결이 출렁이고

배가 흔들리는 것에만

어찌 정신을 다 쏟으랴.


그 출렁임이

그 흔들림이

거세어서만이

천 길 바다 밑에서는

산호가 찬란하게

피어나고 있는 일이라!


사람이 살아가는 그 어려운 길도

아득한 울렁임 흔들림 밑에

그것을 받쳐주는 

슬프고도 아름다운

노래가 마땅히 있는 일이라!


.....다 그런 일이라!





어지간히 구성진 노래 끝에도 눈물 나지 않던 것이 문득

머언 들판을 서성이는 구름 그림자에 눈물져 올 줄이야.


사람들아 사람들아,

우리 마음 그림자는,  드디어 마음에도 등을 넘어 내려오는

눈물이 아니란 말가.

-문득 이 도령이 돌아오자,  참 가당찮은 세월을 밀어버리어,

천지에 넘치는 바람의 화안한 그림자를 춘향은 눈물 속에 아로새겨

보았을 줄이야.         -<바람 그림자를> 춘향이 마음 가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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