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담 사진 김중만
나를 미치게 하는 바다
세상의 모든 청춘들이 그러하듯 나도 바다에 가고 싶었다. 거짓말처럼 들리겠지만, 바다에 갈 시간이 별로 없었다. 아버지 어머니의 휴일 없는 삶의 그림자가 내 삶에도 드리워 있었기 때문에.
서른이 되어서야 비로소 알 수 있었다. 인생은 때로 태풍 치는 바다가 된다는 것을, 방파제 따위는 우습게 넘나드는 파도가 치는 날도 있다는 것을, 그 태풍의 바다에서 남겨진 파도 자락이 눈물로 흐를 수도 있다는 것을 , 인생이라는 바다는 기본적으로 상심의 바다라는 것을.
어머니를 생각하면 바다가 쓸쓸해진다. 어쩌겠는가, 그게 인생인것을. 인생은 언제나 뒤늦은 후회투성이인 것을. 내 인생에 후회할 일이 어디 어머니를 바다에 모시고 가지 못한 것뿐이겠는가.자, 자, 이제 이 서글픈 바다에서 떠나자. 그래도 이번 생에서 한 번은 어머니를 행복한 바다로 모시고 갈 수 있었지 않은가. 그 한번의 기회가 있었음에 고마워해야 하지 않겠는가. 다음 생에는 내가 어머니가 되고 어머니가 내 아들이 되어 태어나기를. 그래서 어머니가 원할 때마다 어머니를 바다에 데리고 갈 수 있기를.
1년의 한 번 뜨거운 태양 아래 합법적으로, 누구의 비난도 받지 않으면서 미칠 수 있는 권리를 갖지 못한 사람들은 매일매일 소주를 마시며 미쳐간다. 기껏해야 꽉 막힌 한 평짜리 노래방 안에서 악을 쓰며 미쳐간다. 세상에는 태양 아래서 춤 출 수 있는 지독하게 건강한 광기도 있다는 사실을 꿈에도 모른 채 조금씩, 그러나 치명적으로 미쳐간다. 매일매일이, 1년 365일이 언제나 똑같은 끔찍한 삶에 중독되어 간다. 그것을 비극이라고 부르지 않으면 무엇이라 불러야 하는가.
삶은 또 그렇게 바다에서 끝이 난다.
갇히지 말라! 스스로 경계선을 긋지 말라! 끝없이 흘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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